치매(dementia)라는 언어가 인류의 기록에 처음 등장한 시기는 서기 600년경입니다. 세비야 대주교 성 이시도르가 그의 책 '어원학(Etymologies)'에서 치매라는 용어를 최초로 사용했다고 합니다.
그 용어는 라틴어에 기원을 두고 있습니다. 박탈 또는 상실(Down)을 뜻하는 접두사 'de', 정신(mental)을 의미하는 어근 'ment', 그리고 상태나 병명을 가리키는 접미사 'ia'를 합성해 치매를 뜻하는 "Dementia"가 만들어졌죠.
그렇다면, 한자로는 어떨까요?
癡 어리석을 치, 呆 어리석을 매
"어리석음"의 의미를 가진 "치"와 "매"가 반복되어 있습니다. 매우 부정적이죠.
치매라는 단어는 일본에서 먼저 쓰기 시작한 용어를 그대로 가져온 것으로, 이 질병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유발한다는 지적을 받아오고 있습니다.
이 용어를 쓰던 일본뿐 아니라 홍콩, 대만의 경우도 이제는 사회적 합의를 거쳐 "인지증", "실지증", "뇌 퇴화증"과 같은 용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인식의 변화를 위해 용어를 바꾸는 노력도 따라야겠죠.
우리는 왜 "치매"라는 용어를 바꾸지 않을까?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치매"를 대신해 "인지장애증", "인지저하증"으로 바꾸기 위한 노력을 해왔습니다. 이와 관련한 치매관리법 일부개정안이 과거에 여러 차례 발의된 적이 있죠. 그러나 다른 내용이 쟁점이 되거나 회기가 지나면서, 개정이 이루어지지 않은 채 지나가버렸습니다.
조발성 치매를 다뤘던 영화 "스틸 앨리스"에서 언어학자인 주인공 앨리스는 풍부했던 어휘력과 행복했던 가족과의 기억을 잃어가는 순간에 다른 환자들을 향해 이렇게 얘기합니다.
"우리의 행동과 말투가 어눌해지고 우스워보일 수도 있습니다."
형광펜으로 어디까지 읽었는지 표시해가던 그녀는 단호하게 말을 잇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가 아닙니다. 우리의 병일 뿐이죠."
치매 국가책임제가 시행되면서, 우리는 치매에 대한 선입견을 여기저기에서 깨닫습니다. 많은 드라마와 실제 사례가 소개되어 예전보다는 나아지고 있어도, 치매는 여전히 기억을 잃는 슬픈 병으로 묘사되곤 하죠.
그렇지만 치매를 앓는 그 순간에도 그것은 병일뿐 그 사람은 자신에게 주어진 인생을 뚜벅뚜벅 나아가는 중일 것입니다.
주어진 시간이라는 틀속에서 누구나 겪을 수밖에 없는 노화, 그리고 어쩌면 좀 특별하게 치매를 앓는 환자의 삶을 응원해주는 마음으로 어리석다는 의미의 "치매"를 대체할 좋은 용어를 찾는 데 힘을 보태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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